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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홍완식 한국동물법연구회장 "동물 존중하는 사람이 인간도 존중"
    24-12-06관리자

    원본링크(https://www.lawschoo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4576)



    [인터뷰] 홍완식 한국동물법연구회장 "동물 존중하는 사람이 인간도 존중"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면 최대 징역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양형기준안이 마련됐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동물을 대상으로 하거나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 '잔혹한 범행 수법을 사용한 경우' 등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가중인자로 규정해 더 무거운 형량이 권고되도록 설정했다. 동물 학대로 재판에 넘겨지면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달 발표된 양형위원회의 이 같은 양형기준안이 주목받고 있다. 동물 관련 법제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동물법연구회 회장인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동물법연구회 회장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여세린 기자]

    한국동물법연구회 회장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여세린 기자]

     


    Q. 양형위원회에서 새로운 동물보호법위반범죄의 양형기준안을 발표했다.

    의미 있는 것은 가중요소다. 예를 들어 ‘동물학대 판 N번방’으로 불리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의 경우, 학대범이 길고양이 50마리를 죽였다. 외국이라면 10년 징역형까지 나올 수 있지만 한국은 실형 없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한다는 비판이 많다. 판사가 선행 판례를 보고 기존 판례에 준하는 선고형을 내리기 때문에 집행유예, 벌금형 등이 대다수다. 이번 양형기준안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동물을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에는 가중요소를 둔다. 법정 최고형 3년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는 부분을 주목할 수 있다.

    1월에 다시 한 번 회의를 거쳐 3월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3월까진 양형 기준이 없는 것이지만 시행 전 판사들이 ‘이제 곧 양형 기준이 마련되는데, 사람들의 인식에 선고 형량을 맞춰야 한다’고 고려할 수 있게 된다.

     

    Q. 동물학대로 재판에 넘겨지면 대부분 벌금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외국보다는 법정형 자체가 낮다. 집행유예, 벌금형 등으로 동물학대를 효과적으로 엄벌하지 못해 재발이 계속되고 있고, 범죄 예방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법 감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1년에서 2년, 3년 이렇게 점점 올려진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에서 조금 더 엄격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입법적 의지, 국가적 의지를 보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권고적인 효력이지만 법관들이 양형 기준을 보고 선고를 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선고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Q. 외국 처벌 사례와 비교 되기도 한다. 미국은 처벌이 누적형이고, 독일과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최소 처벌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은 연쇄 살인에 유기징역 200년형, 300년형이 나오기도 한다. 각국마다 실정에 맞는 제도적인 차이라고 본다.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한국의 실정과 맞지 않다. 우리의 사법 시스템 범위 내에서 도입하는 관점에서 벤치마킹을 하며 취지를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우선 법관에게 양형에 있어서의 재량을 줘야 하기 때문에 하한선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정 수준 이하로 처벌이 완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양형의 기능이다. 권고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지만, 양형 기준을 벗어나는 판례는 많지 않다. 판사에게 실질적으로 양형기준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에서 하한선을 설정하듯 양형위원회에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양형을 설정하는 것은 마치 입법 국회에서 하한선을 설정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홍완식 교수 연구실의 책장 속 한국동물법연구회 학술지 '동물법연구'. [사진=여세린 기자] 

    홍완식 교수 연구실의 책장 속 한국동물법연구회 학술지 '동물법연구'. [사진=여세린 기자] 

     

    Q.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동물학대는 범죄이기 때문에 처벌받는다’ 라는 인식이 분명히 생겨야 한다.  이를 위해 동물학대는 범죄라는 교육과 홍보가 우선 되어야 한다. 처벌은 사후적인 제재 수단이고, 홍보와 교육은 사전 예방책이다. 법률과 정책 이전에 동물·동물권에 대한 인식, 반려동물과의 교섭,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에게는 의무 교육이 아닌 홍보나 공익광고로 안내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선택과목, 방과 후 교육 등으로 반려동물과 관련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동물을 대하는 법 등 수준에 맞게 단계에 맞게 학교 차원에서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개물림 사고가 많은데, 개는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는 기본적인 예방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학대범 등에 대한 수강 의무가 도입됐는데, 이런 수강명령제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 또 지금은 맹견 견주만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는데, 일반견까지 확대해 견주가 반려견을 등록할 때 온라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제도화한 외국의 사례도 있다.

     

    Q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 혹은 동물 관련 인식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는가?

    서구는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동물권 감수성이 높다. 한국도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로 변하고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다른 점이 있다면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 위주로 서구와 유사한 수준의 문화가 정착됐지만 여전히 동물을 물건이나 음식으로 보는 사람이 공존한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편차 해소는 법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앞서 말한대로 인식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가 바뀌고, 인식이 변하고, 더 넓은 범위에서 문화가 바뀌어야 된다.

    홍완식 교수는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을 ‘물건’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여세린 기자]

    홍완식 교수는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을 ‘물건’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여세린 기자]

     

    Q. 한국에서 동물은 민법상 물건, 형법상 재물에 해당한다. 동물을 생명체로 규정하는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전히 동물의 법적 지위는 민법상 ‘물건’에 머무르고 있다. 민법 98조에 따르면 모든 생물을 사람과 물건으로 구분하면서 동물은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동물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물건에 해당된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민법을 개정해 동물에게 물건 이상의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민법 제98조 물건의 개념 정의를 바꾸는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한 ‘소유의 대상으로서의 물건’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반려동물은 다른 물건과는 달리 취급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법률, 특히 민법의 개정을 통해 반영돼야 한다.

     

    Q. 앞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추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것이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한도 내에서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 동물보호법을 우선해서 동물을 보호하고 민법 98조를 개정해 사람과 물건 중간에 동물이라고 하는 지위를 넣자는 것이다. 2021년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것도 있는데, 다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반려견의 강제집행도 문제가 됐다. 견주가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상황에서 반려견을 재물,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동물이 재산, 재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사실상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인식과 맞지 않아 강제집행이 가능한 물건에서 반려동물을 제외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 역시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한국동물법연구회 회장인 홍완식 교수는 연구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좋은 정책과 개선된 법령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여세린 기자] 

    한국동물법연구회 회장인 홍완식 교수는 연구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좋은 정책과 개선된 법령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여세린 기자] 

    Q. 한국동물법연구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미국 로스쿨 내 학생들의 동물법 연구회가 있고 뉴질랜드, 호주 등에는 전국적 단위의 동물법학회가 있다. 우리나라도 동물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보고, 논문을 쓰고, 토론하고, 연구해야만 한국 동물법이 발전할 수 있다. 연구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좋은 정책과 개선된 법령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30여 명의 변호사와 70명 이상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 강의, 저술 작업, 세미나 등 동물법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다.

     

    Q. 한국의 동물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문화와 제도가 바뀌어서 한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길 바란다. ‘한국에는 동물 운동가들이 있고, 동물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나라다’ 라는 대한민국의 이미지 개선이다.

    동물을 존중하는 사람이 인간을 존중하며,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인간도 함부로 대한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연구와 제도적인 기반 법령의 개선을 위해 동물법 연구가 나아가야 한다. 동물법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의 연구와 저술작업이 활성화돼야 이를 통해 법령, 정책,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연구자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고 있고, 연구자를 확산시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여세린 selinyo@leet.or.kr